제목인간으로서 우리 자신 이해하기2022-03-19 15:04
작성자 Level 10

인간의 본성에 대한 논의들 중에는 성선설이나 성악설이 있다. 성선설은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만 나쁜 환경이나 욕심 때문에 악하게 된다는 학설이고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하기 때문에 교육 등 후천적인 영향을 통해서만 선한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는 학설이다.

성경에는 인간 창조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하나님께서는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후에 마지막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는데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라고 말씀하셨다. 요컨대 하나님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 반영할 수 있도록 인간을 지으셨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말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몇 가지만 생각해 보자.

첫째,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신 목적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가 창조하신 세계를 다스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인간은 피조세계를 돌보고 다스리는 데 있어서 하나님을 대신하여 일하는 청지기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청지기로서 인간은 하나님의 성품을 따라 자연과 세상을 사랑으로 돌보고 다스릴 책임이 있다.

둘째, 인간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다스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능력을 지닌 존재로 창조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지적, 정서적, 의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이며, 정서적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 인간은 또한 자유 의지와 함께 의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 인간은 하나님의 존재방식을 반영하는 존재로 창조되었다. 하나님은 삼위일체라는 특별한 방식으로 존재하시는 분이시다. 그는 아버지, 아들, 성령으로 존재하시며 그 삼위가 서로 관계를 맺는 관계적 존재이며 공동체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인간은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는 존재이며 공동체를 이루는 존재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이런 특성 때문에 공동체에 속하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

넷째, 인간은 하나님의 인격적 성품을 반영하는 존재로 창조되었다. 하나님의 인격적 성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사랑이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은 사랑 자체라고 말한다. (요일 4:8,16) 그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인간 역시 사랑할 줄 아는 존재이다. 사랑이신 하나님은 자비하시고 긍휼이 풍성하시며 용서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그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인간도 자비와 긍휼을 베풀 줄 안다. 또한 하나님께서 그러하듯이 인간 역시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다섯째, 인간은 영이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졌기 때문에 영적 존재이다. 영적 존재로서 인간은 영원을 갈망하는 존재이고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육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체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사고하는 존재이며 육체적 즐거움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존재이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부모, 배우자, 자녀들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과 사랑의 관계를 맺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수용되기 원하고 사랑받기 원한다. 동시에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우리에게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제어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또한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에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좋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아담과 하와의 범죄와 함께 타락하였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선한 본성 뿐 아니라 악한 본성도 함께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욕심을 부릴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미워할 줄 안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만물보다 뛰어난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동안 인간은 그 만물을 돌보고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인식하기보다는 만물을 자신의 탐욕을 위해 이용하는 데 눈이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2년 이상 온 세계가 함께 치르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그동안 자연을 잘 돌보고 관리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인간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원래의 모습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지적 능력을 지닌 이성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성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으며, 정서적 능력을 지닌 존재이지만 비뚤어진 정서에 갇힐 때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함께 기뻐하기보다 종종 시기심에 빠진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창조되었지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약화되고 상처와 분노의 지배를 받기 쉬운 존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는 인색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인간의 이런 모습들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잘 드러난다. 가족을 예로 들자면, 남편과 아내는 각각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존재이지만 동시에 자기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기적이 되기 쉽다. 그리하여 서로 상대방을 섬기기보다 상대방으로부터 섬김 받기만을 바라기 쉽고 그로 인해 종종 갈등에 빠진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자녀를 이끌어주고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성품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자녀 또한 하나님의 선물이요 축복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역시 부모에게 불순종하고 자기 고집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요약하면, 인간은 사랑이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지만 타락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선한 본질을 지닌 존재로 창조되었지만 동시에 악한 본성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선한 본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악한 본성으로 덮여 있어서 선한 본질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악한 본성을 극복하고 선한 본질이 드러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을 볼 때는 그들의 거슬리는 행동에 초점을 두지 말고 그들 속에 있는 선한 것들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고 사랑의 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다.

(박진경 / Family Alive 연구소장,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요일 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