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부 공동체2022-03-21 02:00
작성자 Level 10

부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하여 아가서 속의 여인은 “내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구나”( 2:16)라고 표현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다른 쪽에게 속한다는 말은 상대방의 소유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배우자와 하나로 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속한 자가 되어 연합하는 것이고 연합을 통해 부부는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부부가 한 몸이 된다는 말은 마음을 같이 하면서 공동의 삶을 나누는 공동 운명체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부가 한 몸이 되었다고 해서 남편과 아내가 모든 면에서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창세기 2 23절에서 아담이 하와를 가리켜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칭하리라”고 한 말에 대해 바르트는 “여자는 남자의 소유가 아니면서 남자에게 속한 자이며 자신의 독립성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남자가 잃었다가 다시 찾은 자신의 일부”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결혼을 통해 연합한 두 사람은 각자가 독립적인 인격체이면서 동시에 긴밀하게 연결된 짝으로 살아가게 된다. 공동체가 하나가 된다고 하는 것은 공동체를 이루는 지체가 각자의 개성을 잃고 똑같은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 되거나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성품과 다른 생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해 마음을 열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관계가 된다는 뜻이다.

하나의 공동체는 그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서로 마음을 합할 때 존속될 수 있다. 마음을 합한다는 말은 마음을 모아 협력한다는 의미이지 구성원들의 생각이 똑같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교회는 하나의 신앙공동체이다. 교회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러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각각의 구성원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때로 마음이 맞지 않아서 갈등을 겪을 수도 있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있다면 여전히 하나의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다. 다만,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서로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지체들로 이루어진 어떤 공동체가 계속해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공동체 안의 지체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다양성을 품는다는 말은 지체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부분들을 용납한다는 의미이다. 사실 생각이나 일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함께 일하는 법과 서로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부부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부부들은 다른 부부들에 비해 공통점이 더 많을 수는 있지만 서로 다른 점이 없는 부부는 없다. 그런데 삶 전체를 나누면서 인생을 함께 하는 부부가 서로 다른 점을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못한다면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로, 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체들의 부족함을 눈감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서로 다른 점을 넘어서서 상대방이 확실히 잘못한 일이 있을 때나 상대방이 일하는 솜씨가 서툴 때, 혹은 상대방이 어떤 일들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때도 일일이 지적하거나 조롱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상대방의 존재를 귀히 여기며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부족함에 대해서는 이해심을 가지려고 애쓰면서도 가정에서 부부간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이해심은 부부간에 더 많이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완벽하지 못한 존재들이며 자주 넘어지는 연약한 존재들이기 때문이고 부부는 그런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서로 연합하기 위해서 부부는 배우자가 자신과 다른 점이 있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다양성을 품을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상대방의 연약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매일 불만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뛰어넘기 위해 우리는 자신도 완벽하지 못하고 자주 실수하고 실패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겸허해져야 한다. 부부는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서로에게 자비를 베풀 때 연합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셋째로, 공동체 안에서는 용서를 통한 관계 회복이 계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인격적 관계를 맺고 지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 나름의 생각과 감정과 의지가 있으므로 가까이 지낼수록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상호관계에서 생긴 감정적 상처를 그대로 방치하면 갈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갈등관계에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미워하고 반목하면서 공동체에 그대로 남아있다면 그 공동체는 껍데기만 공동체일 뿐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부부는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었을 때 상대방을 용서함으로써 관계 회복이 일어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부는 누구보다도 서로를 통해 용서의 은혜를 가장 많이 경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박진경/ Family Alive 연구소장,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요일 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