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사랑의 정서 탱크2022-01-28 02:58
작성자 Level 10

자기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사랑은 표현되어야 하고, 느껴져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른다. 사랑의 표현은 묻어놓고 엄격하게 통제하거나 야단치고 화를 낼 때에만 자녀와 대화를 하는 부모들도 많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 권위가 필요하다는 말은 자녀에게 야단치고 화를 내며 가르치라는 말이 아니다. 권위는 자녀에게 바른 길을 가르치고 이끌어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자녀는 부모가 야단치고 화를 낼 때보다 부모의 사랑을 느낄 때 더 진심으로 부모의 가르침을 따른다. 그러므로 자녀를 양육할 때 권위와 사랑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야 하는 개념이다.

게리 채프먼은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에서 “정서 탱크(emotional tank)”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에는 “감정의 그릇”이라고 번역되었다. 이 정서 탱크는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으로 채워질 수도 있지만 행복한 감정으로 채워질 수도 있는데 이 탱크를 행복의 감정으로 채우는 방법은 상대방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채프먼은 이 탱크에 사랑의 감정을 채우는 방법으로 크게 5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인정해주는 말(affirmative words)이고 둘째는 함께 하는 시간(quality time), 셋째는 선물, 넷째는 봉사, 다섯째는 신체적인 접촉(physical touch)이다. 다시 말하면 이 다섯 가지는 정서 탱크를 채우는 5개의 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에 말한 5가지의 방법 중에 첫 번째의 관은 인정해주는 말이라고 표현되기는 했지만 정서 탱크는 인정해주는 말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인정해주는 말 외에도 사람들은 칭찬을 받을 때, 위로 혹은 격려를 받을 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미안하다고 말해줄 때, 그리고 “사랑해”하고 다정하게 말해줄 때 사랑을 느낀다. 이런 말들을 들을 때 아이들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해준 사람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고마운 마음이 들면 그 사람에게 잘 해 주고 싶고,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부탁하면 협조적이 될 것이다.

두 번째의 관인 quality time은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자녀들이 여럿 있는 경우에는 가족이 모두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한 아이씩 따로 시간을 내서 같이 해 주는 것을 병행한다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 아버지가, 혹은 어머니가 자기와만 함께 외식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등산을 가는 것은 아이에게 “너는 내가 이렇게 시간을 내어 함께 할 만큼 내게 아주 소중한 존재야. 나는 너랑 같이 있는 것이 즐거워.”라고 큰 소리로 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아이와만 시간을 가지는 것은 큰 문제가 되니 돌아가면서 한 주는 큰 아이와, 다음 주는 작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약속을 한다면 아이에게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기쁨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쁨과 함께 탱크 안에 물이 흘러 들어갈 것이다.

세 번째 관인 선물은 사랑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남용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선물을 물질적인 것, 특히 비싼 장난감이나 옷을 해 주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사랑의 마음을 담아 전해 주는 것들로 확장시켜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선물이 될 수 있다. 아빠랑 수영장에 가서 놀기, 엄마랑 아이스크림 사먹기, 아이 몰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주기, 가족이 함께 영화관에 가기 등 두 번째와 세 번째를 조합한 선물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네 번째 관인 봉사에 대해서는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를 위한 봉사는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 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떤 일을 해결하는 힘을 기르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부모를 종으로 생각하게 된다. 물론 어떤 때는 아이를 위한 써비스를 할 수 있다. 아이가 혼자서 가방을 들고 갈 줄 알지만 어쩌다가 “오늘은 엄마가 가방을 들어줄까?”하고 즐겁게 아이와 손 잡고 갈 수 있다. 그러나 봉사는 기본적으로 아이가 혼자 하기 힘든 일을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힘들어서 쩔쩔 매고 있을 때 도움을 주어야 그 도움이 가치가 있고 아이도 고마움과 사랑을 느낀다. 아이가 혼자 할 수 있지만 아직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른이 하는 것이 더 적절한 일들도 있다. 아주 쉬운 예를 들면, 밥을 하거나 빨래를 하는 것은 요즘에는 기계를 작동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등학생만 돼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엄마가 그 일을 한다. 그런 수고 때문에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자라는 것이다.

다섯 번째인 신체적인 접촉을 쉽게 말하면 스킨십이다. 자녀양육에 있어서 스킨십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들 알고 있다. 뽀뽀하기,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기, 안거나 업어주기, 팔로 감싸 안기(hug), 무등 태워주기 등은 모두 기본 스킨십에 해당한다. 그 뿐 아니라 아이와 손 잡고 걷기, 아이랑 팔씨름하기, 씨름이나 레슬링 하기, 쭉쭉 다리 주물러주기 등도 스킨십이 된다. 부모의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손길을 느낄 때 아이의 정서 탱크에 사랑의 물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박진경 (Family Alive 연구소장,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요일 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