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모의 권위2022-01-28 02:59
작성자 Level 10

부모의 권위는 자녀 양육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 권위가 필요하다는 말은 부모가 권위주의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권위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가 건강한 정서와 자존감을 가지도록 하는 데 부모의 사랑이 필수 영양소라고 한다면 권위는 아이를 바르게 이끌어주기 위해 꼭 필요한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자녀를 이끌어주기 보다 도리어 자녀에게 이끌리고 있는 부모들이 많이 있다. 자녀가 가정의 우두머리인 듯한 인상을 주는 모습들이 종종 눈에 뜨인다. 자녀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주기는커녕 자녀에게 애원을 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폭군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떼를 쓰는 아이들 앞에서 쩔쩔매며 아이들의 변덕스런 요구에 그대로 응해주는 부모들 중에는 고학력 부모들도 얼마든지 있다.

아이들의 인격과 권리가 무시되던 시대를 지나 오늘날 우리는 그 정반대의 극단에 치우쳐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떤 부모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매사에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고 아이의 의견을 따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과 자녀의 의사를 따르는 것은 다르다. 부모는 자녀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만 부모가 아무런 기준이 없이 매사에 아이의 의사를 따르는 것은 부모의 책임을 망각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사에 아이에게 물어보는 부모의 태도는 때로 아이를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자녀를 양육하다 보면 아이의 의사를 묻고 아이가 원하는 바를 들어 주어야 할 때가 있고 부모가 확실한 기준을 제시해 주어야 할 때가 있다. 자녀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하고, 그들의 말과 감정에 귀를 기울여주어야 하지만, 그리고 때로는 그들의 의견 때문에 부모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지만, 부모는 권위를 가지고 아이를 이끌어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할 때 “안 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는 제멋대로 자랄 수 밖에 없다. 물론 항상 큰 소리를 지르면서 “안 돼!”라고 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에게는 “그러면 안 된다” 혹은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해야지?”라고 말하면서 바로 가르치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아직 판단력이나 분별력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모든 판단의 짐을 아이가 다 지고 가게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며 때에 따라서는 아이에 대한 정서적 학대가 될 수도 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으로 양육해야 할 뿐 아니라 올바로 이끌어주어야 할 책임이 있고 이 책임을 잘 이행하기 위해서는 권위를 바르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권위는 부모에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래야 질서가 세워질 수 있고 지도자의 가르침이 따르는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권위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그 동안 권위를 권위주의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부모 역시 자녀를 양육하면서 권위를 잘못 사용할 수 있다. 부모가 권위를 자녀를 무시하고 억누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자녀들 속에 반항심을 불러일으켜서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깨어지게 된다. 그러게 되면 부모는 결국 진정한 의미의 권위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부모는 권위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권위를 바르게 잘 사용해야 한다.

또한 부모의 권위는 아이를 위한 울타리가 되어 아이가 안정감을 가지고 자라게 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어떤 면에서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때 권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무관심과 방치라고 할 수도 있다. 어린 자녀들은 누군가 그들은 지켜주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울타리가 있을 때에는 울타리를 타넘고 나가려던 아이들도 울타리가 없는 운동장에서 놀게 했을 때는 운동장 가운데로 모여서 노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울타리가 없음으로 인해 안정감을 잃기 때문이다. 행동의 지침을 가지고 이끌어주는 부모의 권위는 아이들에게 있어 운동장의 울타리와 같아서 정서적인 안정감 가운데 자랄 수 있게 해 준다.

결론적으로,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권위를 지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권위를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부모가 권위를 잃는다면 자녀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중요한 힘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에는 자녀를 올바른 삶으로 이끌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가 수반되어야 한다. 자녀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는 태도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친구 같은 부모”라는 말은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허상일 뿐이다. 부모는 어른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자랄 수 있다. 친구는 좋을 때도 있고 싸우기도 하는 관계이지만 부모는 아이와 동급으로 싸우는 관계가 아니라 사랑을 나누면서 이끌어주고 필요할 때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친구 같은 부모라는 말을 듣기 위해 아이에게 “안 된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인생의 리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버려야 할 것은 권위주의적인 태도이지 권위가 아니다. 부모의 권위는 부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지켜야 하는 것이다.

 

박진경 (Family Alive 연구소장,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요일 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