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현명한 투자2022-01-28 02:57
작성자 Level 10

요즘 같은 경제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투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모든 투자의 공통점은 더 나은 미래를 소망한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하나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실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장기 투자이다.

자녀양육이 투자라고 말할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경제적인 투자이다. 자녀가 어릴 때는 가계에 부담이 가는데도 불구하고 지능개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책이든 장난감이든 값의 고하를 불문하고 사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어떤 부모들은 자녀를 훌륭한 음악가로 키우기 위해 비싼 레슨비를 투자하고 어떤 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비싼 과외비를 지출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자녀에 대한 외적인 투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적 투자가 아닌, 즉 내적 투자란 어떤 것인가?

필자가 말하고 싶은 내적인 투자란 한 마디로 말해서 자녀가 건강하고 안정된 정서를 가지도록 하기 위한 투자이다. 이런 투자는 눈에 보이는 돈이나 물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한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 결과도 손에 잡히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성적은 점수나 석차라는 숫자로 드러나지만 얼마나 건강하고 안정된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마땅한 측정도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아무리 지적으로 뛰어나다고 해도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우울해지기 쉬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바람직한 관계를 맺으며 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건강한 정서를 가지도록 하는 일에 투자할 생각보다는 당장 보이는 눈앞의 성적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요즘에는 지능지수(IQ)보다 정서지수(EQ)가 높아야 성공한다는 말을 듣고 자녀의 정서지수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녀의 정서에 대한 관심의 목적이 결국 성공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런 목적 밑에서는 자녀가 건전하고 건강한 정서를 가지고 자라기 어렵다.

최근에는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울증은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질병들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있는데 일종의 정서장애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 와서 우울증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울증과 관련된 질병들의 원인들로 발표된 내용들에 의하면 거의 공통적으로 부모로부터 지속적으로 따뜻한 관심과 돌봄을 받지 못한 어린 시절의 경험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만 2세 이전에 누군가 자신을 관심 있게, 그리고 따뜻하고 부드럽게 돌보아 주지 않은 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을 경우에 그 아이는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 정서적인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이처럼 만 2세 이전 아이들을 향한 정서적 돌봄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2세 이전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보육기관의 보모 한 사람이 돌보는 아이들의 숫자를 4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을 향해 따뜻한 눈길과 웃음 짓는 표정을 건네줄 때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며 그 안전감에 기초하여 건강한 정서를 가진 아이로 자라게 된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이 안정된 정서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보는 따뜻한 눈길과 손길을 가까이 경험해야 하며 적어도 깨어 있는 시간에는 자신을 돌보는 사람의 존재를 느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자녀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관심과 돌봄을 제공하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마음과 실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현대의 삶은 여자들도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기를 출산한 후에 아기와 충분히 함께 있어 주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아기를 맡기고 출근하는 가정이 많다. 조부모께서 돌보아 주신다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그러지 못하고 아기를 돌보는 개인이나 기관에 맡기게 되면 아이의 신체적 건강을 위한 필요는 채워지겠지만 정서적 필요까지 충분히 채워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자녀를 출산한 직장인들에게 출산 휴가뿐 아니라 육아 휴직이 주어지는 오늘날의 제도들 뒤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를 들라고 하면 어린 시절에 충분한 돌봄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후에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에 가져다 주는 부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는 많은 사회 문제들 중에는 정서불안으로 일상의 삶을 정상적으로 살지 못하거나 대인관계가 파괴된 사람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자신과 타인의 삶에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 뒤에는 어린 시절의 불안한 정서적 상황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정서적 돌봄의 필요는 비단 만 2세 이전의 영유아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되는 만 6세 정도까지의 어린 시절에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는 것은 평생 정서 건강의 기초이다. 다만, 만 2세 정도가 지나면 가까이에서 붙어서 돌보아 주어야 할 필요가 차차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 동안의 돌봄을 통해 아이 속에 자신을 돌보아 주는 사람이 잠시 없어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정서적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토양이다. 이것은 학령 이전의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라는 아이들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만 2세, 혹은 만 6세 이전의 아이들을 이야기한 것은 아이들이 어릴수록 그런 정서적 돌봄의 필요가 더 크다는 말이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해서 그런 필요가 없어진다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정서적 돌봄이야말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투자해야 할 정말 중요한 투자이다.

아이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서 사 주는 고급 책이 아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지만 진정한 투자는 아이 옆에서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따뜻한 목소리이다. 아이를 위해 비싼 시청각 자료를 구입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면 아이의 눈을 쳐다 보며 따뜻하게 웃어주는 부모의 눈길이 더 중요한 투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아이를 혼자 두고 밖으로 나가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가정교사가 아니라 자신과 함께 놀이를 해 주는 부모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투자이다.

 

박진경 (Family Alive 연구소장,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요일 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