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모는 자녀 인생의 코치2022-01-28 03:04
작성자 Level 10

운동 선수에게 있어 코치는 선수가 경기를 잘 할 수 있도록 훈련할 뿐 아니라 경기를 하는 동안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부모는 자녀가 인생이라는 경기를 잘 뛸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응원하는 사람이다. 부모는 아이의 인생을 대신 뛰는 선수가 아니라 선수를 훈련시켜 주고 인생의 경기를 훌륭하게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뛸 때 마음으로 함께 하며 잘하라고 소리로 격려하는 것이 응원이지만 진정한 응원은 단지 잘하라고 소리지르는 것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다고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혹시 경기에 졌더라도 비난하고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사실을 인정해주고, 위로해주면서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진정한 응원이다.

무엇보다도, 훌륭한 코치는 주어진 상황이 열악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도록 대원들의 사기를 불러 일으켜주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코치는 단지 기술을 훈련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신을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여러 해 전에 이순신의 삶을 토대로 만든 드라마를 보면서 이순신의 리더십에 크게 감동한 적이 있다. 군대를 이끄는 장군으로서 이순신의 역할은 마치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훈련하는 코치와 같은 것이었다. 조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그 조건들 때문에 사기가 꺾인 채 전쟁에 임한다면 전쟁은 해 볼 필요도 없이 지는 게임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순신은 13척의 전함이라는 열악한 조건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나라사랑, 가족사랑의 마음에 불을 붙여 주어 군의 사기를 북돋워주었다. 그리고 군인들이 서로 격려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하기 위해 군사 훈련에 앞서 기마전 같은 게임들을 하면서 군사들 간에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주었다. 그렇게 서로 아끼고 격려하는 공동체가 되어 나라와 가족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은 결과, 엄청난 숫자의 배를 가진 일본 함대에 맞서 싸워 큰 승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운동선수들을 훈련하는 코치를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코치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정말 훌륭한 코치는 단지 훈련만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훈련하는 선수 혹은 선수들과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맺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 신뢰의 관계 속에는 코치의 선수를 향한 사랑과 선수의 코치를 향한 존경이 자리잡고 있다. 이순신과 부하 지휘관들 및 하급 군인들 사이에는 이런 신뢰와 사랑과 존경이 있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함께 하나의 팀이 되었던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사랑과 존경을 나누며 함께 훈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훌륭한 코치는 선수들을 무시하거나 비웃지 않고, 무엇보다도 선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끌어준다. 친절하게 규칙을 설명해주고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 주면서 필요한 훈련을 시킨다. 때로 훈련이 힘이 들 수도 있지만 이런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훌륭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훈련이 없이 경기에 임하는 선수가 없는 것처럼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인생을 살기 원한다면 자녀를 훈련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어떤 훈련은 자녀가 모르게 이루어질 수도 있고 어떤 훈련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자녀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훈련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 낼 수 있기 위해 부모에게 코치로서의 지혜가 필요하다.

코치로서의 부모 역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자녀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일을 예로 들어 보자. 아이들이 16살이 되기 전이라도 부모는 이미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다니면서 운전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 방법을 연습하기 전에 아이들은 부모 뒤에 앉아 부모가 평소에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운전 예절을 훈련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코치는 단지 기술을 훈련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기에 임하는 태도, 즉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기하는 예절과 경기의 정신을 훈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다가 나이가 되어 필기시험을 치고 나면 구체적으로 운전하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잘 봐, 운전은 이렇게 하는 거야”하고 가르쳐 준다. 그 다음에는 “이제 내가 옆에 앉아 있을게, 네가 해 볼래?”라고 말하면서 옆에 앉아서 지켜 봐 주고, 다음에는 “이제는 너 혼자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네가 혼자서도 잘 하리라고 믿어”라고 말하면서 자동차 열쇠를 내 주는 것이다.

당신의 자녀들에게 주어진 조건이 열악할 수도 있다.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나 부모의 학벌, 혹은 자녀 자신의 선천적 지적 능력 등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훌륭하다고 해서 훌륭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군대도 전쟁에 질 수 있고 열악한 조건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쟁에 이길 수 있다.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에 임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들에게 인생을 사는 태도를 훈련하는 코치이다. 자녀들이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점수보다는 경기의 내용을 훌륭하게 펼치는 선수들이 되도록 훈련하고 응원하는 코치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모두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상하구조와 경쟁구조 속에서의 승자가 아니라 인생의 내용에 있어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상하구조나 경쟁구조 속에서의 승자는 소수에 제한되어 있지만 인생의 내용에 있어서 승자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많은 사람을 거느리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도 인생의 내용이 훌륭하지 못할 수 있지만 작은 가게를 운영하거나 작은 가게의 종업원으로 일하면서도 훌륭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인생의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 아이들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인생은 가슴 벅찬 일이 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의 인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끝나는 것처럼 생각하지 말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높은 점수를 얻는 비결이 아니라 인생을 사는 태도이다.

(박진경 / Family Alive 연구소장,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요일 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