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자녀들이 쓴 마음을 가질 때2022-01-28 02:55
작성자 Level 10

자기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도 부모라고 할 수 있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법 또는 언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생기는 상처와 분노는 자녀의 마음에 쓴 뿌리를 형성하게 하며, 그 결과 아이들은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모에 대해 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중구조의 궁지에 처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부모에 대한 반항이나 낙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자녀의 마음에 못을 박거나 연약한 마음에 쓴 뿌리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어떨 때 자녀들의 마음에 쓴 뿌리가 생기게 될까?

첫째, 부모가 자녀에게 지나친 요구, 혹은 끝없는 요구를 할 때 자녀의 마음에 쓴 뿌리가 생긴다. 자녀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칭찬과 격려를 하기는커녕, 부모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만을 지적하며 끝없이 요구할 때 자녀들에게는 내적 분노가 쌓이게 되고, 그 결과로 쓴 뿌리를 형성하게 되며, 열등감 혹은 의무감 속에 인생을 살게 된다.

둘째, 지나치게 책망하고 비판할 때도 자녀의 마음에 쓴 뿌리가 생긴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시정해주고 바른 습관을 가지도록 훈련해야 마땅하지만, 실수로 잘못한 일이나 혹은 잘못을 깨달은 후에도 계속해서 그 잘못을 들추어 말하며 비난하고 비판한다면 아이는 부모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거나 혹은 죄책감, 자기비하감 등에 빠지게 된다.

셋째, 편애와 비교로 인해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될 때 자녀의 마음에 쓴 뿌리가 생긴다. 편애의 해독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녀는 부모에게 쓴 마음을 가지게 될 뿐 아니라 부모의 사랑을 받는 다른 형제를 미워하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편애는 형제 간의 사이를 갈라놓는 주범이기도 하다. 또 아이들은 “엄마 친구 아들은 이번에도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더라” 등의 말로 다른 집 아이랑 비교할 때 보이지 않는 슬픔의 쓴 눈물을 흘리고 분노한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엄친아”라고 하지 않던가!

넷째, 자녀들은 그들의 타고난 재능과 기질을 존중해주지 않을 때 낙심한다.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아이는 미술에 재능이 있는데도 법조인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진로를 강요한다든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품을 가지고 태어났는데도 아이가 학급에서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활동하지 않는다고 늘 못마땅해한다면 그 아이는 기쁜 마음으로 인생을 살 수 없게 된다. 아직 판단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아이들을 적절하게 안내해 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나쁜 일이 아니라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밝은 마음으로 기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다섯째, 아직 어리다고 의사를 존중해주지 않거나 감정을 무시할 때 상처를 입는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는 법인데 아이가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네까짓 게 뭘 안다고 그러냐?”라고 말한다면 아이는 크게 낙심하게 된다. 또 아이의 질문을 존중해 주는 것도 아이를 존중하는 하나의 방법인데,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 별은 왜 밤에만 보이나요?”라는 질문을 했을 경우 “밤이니까 보이지, 그것도 질문이라고 하냐?”라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아이의 호기심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쓴 마음과 함께 낙심을 불러오게 된다.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정말 좋은 질문이구나. 그런데 엄마가 어떻게 대답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네. 우리 함께 인터넷으로 답을 찾아 볼까?”라고 반응해준다면 아이는 부모의 사랑에 대해 신뢰가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질 것이다.

여섯째, 사랑을 표현해주지 않을 때 자녀의 마음은 상처를 입는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특히 부모의 사랑은 아이가 자라는 데 있어서 양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하는 수고가 모두 사랑의 표현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말이나 행동으로도 사랑이 표현되어야 한다. 친구들 가정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자기 부모는 사랑을 표현하는 데 무심하거나 엄한 규율만을 강조한다면 아이에게 쓴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일곱째, 부모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낙심하거나 분노한다. 어린 자녀에게 부모는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부모가 말한 것과 다르게 행동할 때 자녀는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다가 부모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 부모에게 분노할 뿐 아니라 부모를 믿을 수 없다는 사실 자체에 분노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부모가 비합리적인 것을 요구할 때,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잔소리할 때, 자신이 귀중히 여기는 것을 무시할 때, 동기나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중시할 때에도 자녀들은 분노하게 되고, 그런 일들이 누적되면 부모를 원망하게 된다. 이런 경험들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금이 가게 할 뿐 아니라 아이가 인생을 사는 동안 계속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원이 된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분노 뒤에 실망과 낙심, 상처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분노의 감정이 오기 전에 실망과 낙심과 멍든 마음, 쓴 뿌리 마음 등을 먼저 경험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분노하고 반항하는 자녀와 화해하는 일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박진경 / Family Alive 연구소장,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요일 4:11).